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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에서 비로소 진짜 미용사가 됐다" 일산미용실 '무제' 유연정 원장
  • 최은혜
  • 승인 2020.11.2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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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헤어 디자인에 집중하는 작업실 같은 공간 ‘무제’. 미용 20년 만에 “미용사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됐다는 그녀의 이야기.

 

무제 유연정 원장

‘무제’라는 이름이 독특하다. 어떻게 짓게 된 것인가? 제목 없음이라는 뜻이다. 갤러리에서 작품을 볼 때 가끔 ‘제목이 뭐지?’ 하고 보면 ‘무제’라고 적혀있는데 이런 게 너무 좋았다. 작품의 프레임은 거울과 같고 그 안에 고객들의 헤어 디자인이 작품의 스케치와 같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무제라는 타이틀은 10년 전 디자이너 시절부터 생각한 나의 작업실 이름이다. 다행히 2년 전 살롱을 오픈할 때까지 아무도 ‘무제’라는 상호를 쓰지 않았다.

 

현재 위치에 살롱을 오픈한 이유가 있는지? 일산현대백화점과 연결된 작은 쇼핑몰이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지만 여성 고객들이 안심할 수 있는 여유롭고 안전한 주차장이 있어 좋았다. 같은 층에 미용실도 많은 점이 오히려 좋았다. 미용실 타운 같은 느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객들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지 않겠는가. 외부에 한자로 ‘무제’라고만 적혀 있지 미용실인지 알 수 없어 쇼핑몰 내부에 있음에도 창문을 통창으로 해 이전 고객들도 잘 찾을 수 있도록 했다.

 

해외 유학을 다녀왔다고 들었다. 특별히 유럽을 좋아한다. 비달사순의 영감은 전 세계 모든 수평과 수직의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오랜 역사를 가진 독일의 바우하우스 예술·건축 학교라고 들었다. 스티브 잡스 역시 자신은 바우하우스 정신을 이어받은 후예라고도 했다. 그만큼 유럽의 건축, 공예, 미술, 디자인 전반에 바우하우스의 정신이 깃들어져 있는 것이다. 거기에 헤어를 접목한 사순이 매년 컬렉션으로 발표한다. 이러한 디자인을 즐기기 위해 유럽을 자주 찾곤 했다. 런던의 미니멀함과 무채색 감성을 사랑하고 기본에 충실한 영국의 클래식 디자인을 좋아하는데 특히 시즌마다 버버리에서 발표하는 컬렉션의 주요 컬러와 콘셉트는 꼭 챙겨보고 있다.

 

무제(無題)
뜻: 갤러리에 전시된 제목없는 작품.
위치: 일산 킨텍스 인근 레이킨스몰 2층.
오픈: 2017년 10월 16일
평수: 23평
직원 수: 6명
콘셉트: 갤러리 공간 같은 미용실. 

"무제의 인테리어는 ‘공간을 선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동안 복잡하고 정신없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맡겨온 고객들이 이곳으로 오면 공간으로 보답하고 싶었다. 프라이빗하고 머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곳으로 말이다." - 유연정

디자이너로서 성장 과정이 궁금하다. 미용을 시작했을 때부터 ‘특이하다’ ‘독특하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머리를 못하는 편이라 펌을 하면 시술 전후차이가 거의 없었다. 미용을 하면서도 미용에 대해 무지했고 커트에 대한 이해력은 제로였다. 가위로 색종이를 오리는 수준의 일차원적인 커트를 했다. 스스로 ‘실력 있다’고 느끼게 된 건 3년도 안 됐다. 그전에는 빨리 커트하고 다음 고객을 시술해야 한다는 생각에 급급했다. 이제는 고객이 집에서 손질하기 쉬운 머리를 고민하고 커트 후 한 달이나 두달 뒤 모습과 모발 손상이 어떻게 진행될 것이고 어떻게 자를지를 예상하며 고객을 대한다. 그러다 보니 고객 만족도가 높다. 이제야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것 같다.

 

디자이너로서 탄력받기 시작한 시점과 계기가 있었나? 오랜 기간 억대 연봉의 직원으로 일했고 일평균 고객이 18명이 될 정도로 빛의 속도를 자랑했다. 하지만 “머리하는 미용사 유연정입니다”라고 말하기가 왠지 부끄러웠다. 무제를 오픈한 지 3년이 되어가는 지금은 진짜 미용사라고 자신 있게 말할 만큼 내가 자랑스럽다.

 

해외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방식으로 하나? 현재 수업을 하는 곳은 대만의 큰 미용 아카데미다. 런던 사순에서 대만인 친구를 사귀게 되었는데 통역으로 참여한 친구였다. 그 인연으로 대만의 아카데미와 연계해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된것이다. 전문적인 영상을 찍기는 힘들어서 매장에서 직접 라이브로 수업을 진행한다.

 

무제 직원들과 함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Learning by teaching, 가르치며 나 또한 배우고 성장한다. Eye level,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최대한 쉽고 지루하지 않게 수업하고자 한다.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수강생들이 미용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용사가 롱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순수함과 무모함이 어떤 영감을 주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들었다. 이는 우리가 미용을 시작할 당시에는 갖고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편견과 비판이 자리하면서 사라지는 것이다. 롱런을 하려면 모든 사회 현상과 문화, 시각적인 것에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무제 박이현 디자이너

“무제는 디자이너의 프라이드가 살아있는 곳” - 박이현 디자이너(미용 경력 7년, 남자머리 전문)

 

무제를 선택한 이유는? 이전 매장에서 매출을 많이 해야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에 지쳐 있었다. 그런데 유연정 원장님은 기술을 1순위로 생각하는 디자이너 마인드와 프라이드가 강한 분이라 좋았다. 무제는 월, 목요일에 모두 쉬고, 100% 예약 우선제에 요금 할인이 없고 수준 높은 고객이 많다. 원장님이 자리를 잘 다져놓은 덕이다.

 

남자 머리 전문이라고 들었다. 어떻게 가능한가? 남자 고객이 85%를 차지한다. 전부터 남자 머리에 관심이 많았는데 입사 후 본격적으로 남자 머리 기술을 다지고 이를 위주로 홍보했다. 남자 머리는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캐치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머리를 자르고 마무리만 잘하는 게 다가 아니라 고객이 직접 말려도 만족스럽게 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솔루션이 있어 남자 고객들의 재방문이 높은 것 같다. 또 디자이너가 마무리까지 하니까 고객 만족도가 높고, 꾸준히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델 작업을 한 것이 홍보 효과가 있다.

 

고객으로서 유연정 원장에게 시술 받는다면 어떤 메뉴를 받고 싶은지? 당연히 커트다. 섬세한 질감이 잘 드러나는 커트를 받고 싶다.

 

앞으로 어떤 미용사가 되고 싶은가? 남자 머리에 정통한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 무제 유연정 원장의 자세한 인터뷰는 <그라피> 11월호에서 만나보세요!

 

에디터 최은혜(beautygraphy@naver.com) 포토그래퍼 심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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